종로5가에서 약속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조금 일찍 나와서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다. 햇빛이 좋은 봄날이라서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기로했다. 동대문에서 내려서 길을 걷다가 동대문 성벽을 보았다. 견고하게 쌓아올린 돌벽은 불규칙한 모양의 돌덩이들을 차곡 차곡 쌓아서 올렸는데 빈틈이 없을 정도로 견고한것을 보니 감탄스럽다. 건설장비도 부족해서 일일이 사람의 힘으로 옮겼을테니 그 고생과 노력은 짐작할만 하다.

지금보다 건축기술이 훨씬 낙후했전 수백년 전에 지었으니 시설도 열악했을것이고 자재도 충분치 않았던 상황에서 오랜세월이 지나도 견고하게 서있는 건축물이 신기하다. 동대문 옆에는 낙산 능선을 따라서 서울성곽길이 서울 4대문을 연결해서 축조되어 있어서 요즘에는 성곽길 걷기가 하나의 유행처럼 자리 잡았다. 서울 곳곳에 진입로가 있어서 쉽게 올라갈수 있다.

높지않은 산 등성이를 걸으며 좌우를 돌려보면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보는 상쾌함이 있고 힘들지않고 적당히 종아리 근육을 운동시키는 즐거움이 있기에 휴일이면 사람들의 행렬이 북적인다. 작은 배낭에 김밥 싸서 다니다가 적당한 곳에서 요기를 하고 구간별로 완주했다는 증명서도 받을수 있으니 이것도 색다른 즐거움일것이다.

단장된 광화문을 거쳐서 남대문으로 갔다

약속 미팅을 마친 후 날씨가 좋으니 청계천 개울길의 물소리를 들으며 광화문을 거쳐서 서울역까지 걷기로 했다. 광화문은 차도를 좁힌 공간을 사람이 다닐수있는 광장으로 만들어 놓아서 오가고 구경하는 인파와 외국인 관광객들이 붐빈다. 시청과 덕수궁 정문을 지나서 남대문까지 가봐야 동대문에서 1시간이면 충분하다. 남대문은 활짝 개방해서 대문 아래로 왕래가 가능하다. 남대문에는 수문장도 있어서 시간을 맞추어 가면 교대식도 볼수있다. 남대문의 벽돌도 동대문처럼 불규칙한 돌덩이를 쌓아놓았는데 견고하다. 2천년대 초반에 안타까운 화재 사건이 있었지만 재건축을 해서 골격은 유지되고 있다. 건축기술은 현대의 것을 일부 빌렸지만 우리 조상님들이 이런 훌륭한 유산을 남겨주어 후손들이 보고 느낄수 있도록 해주셨음에 감사하다.

남대문 안의 용 그림과 숭례문 파수의식 안내문

과거엔 지저분하고 복잡한 상권이 밀집해 있어서 혐오스럽던 남대문-서울역 사이 구간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보기에도 좋고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몰리는 지역이 되었다. 지저분한 윤락가이던 양동이 지금은 깨끗하고 웅장한 건물숲으로 변모했다. 서울의 자랑거리인 서울로는 회현동에서 고가차도를 지나 만리동고개를 넘어 마포로 향하는 길이었다.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고가도로였는데 지금은 시민들이 걸어다닐수 있도록 정비를 하고 길의 이름을 'SEOULLO'라 하며 사람들이 산책을 즐기는 길이되었다. 봄꽃들이 만개했다. 

서울로 초입에 대우빌딩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내려가면 바로 만나는 곳이 서울역이다. 과거 명절에 수많은 인파들이 고향에 내려갈려고 수백미터씩 줄을 서던 서울역이 이제는 역사속에서나 추억되는 장소로 변했다. 심하게 변모한 서울역 주변을 보면서 나도 많은 세월을 변화속에 살았음을 느낀다. 

이런 화창한 봄을 앞으로 몇번이나 더 볼지는 모르겠으나 모든 생명이 다시 태어나는 봄 처럼 우리 사회도 깨끗함으로 새로 태어나는 봄처럼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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